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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相姬(社48) 동문의 회고록
    ‘피난보따리 속의 뾰족구두’
     어느 여대생, 6.25 파도를 헤치며

 사실은 소설보다 더 감동을 준다는 말이 있다.
 그 사실이 남의 이야기나 신문기사 같은 객관적인 내용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한 사실이, 그 사실이 파란만장한 고비 고비 사연이 얽히고설킨 것이라면 듣고 읽는 사람은 감동흥분하고, 비분강개하고,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고, 때로는 포복절도할 것이다.
 이상희(李相姬), 이 어른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나의 13년 대학선배다.
 이상희, 이 선배는 김석목(金錫穆) 교수님이 지도한 기독학생회를 창설한 회원으로, 그 회원인 나의 신앙의 대선배다.
 이상희, 이 신자는 정말 신자답게, 널리 보면 삶앎, 곧 사람답게 살아온 다정다감하고 올곧은 선배다.
 나는 이런 선배를 그동안 아노라고 하였는데 이번 책을 보니, 천만의 말씀, 6.25라는 우리나라 역사에 몰아친 거대한 파도, 그 전쟁의 한가운데서 여자대학생 3학년 몸으로 오로지 생존(生存)의 줄 한 가닥을 놓칠세라 꽉 붙잡고 헤쳐 온 용감한 여걸임을 알고는, 나는 이 선배를 모르고 살았다고 고백을 하는 바이다.
 그렇다. 이 선배는 여걸이고 영웅이고, 역사를 글과 책이라는 비석으로 새긴 사가(史家)이다. 사실 6.25를 체험한 세대는 지금 80대와 90대로 연로한 분들이라 이런 글을 쓰고 남기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이 책은 개인의 역사 기록물로 사적 가치(史的價値)가 있다고 하겠다.
 나는 6.25때 11세의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저 지리산 옆에 있는 남원 운봉에서 두 달 동안 독한 공산당을 몸서리치게 겪었는데도, 그리고 6․25 전 2년, 이후 5년간 지리산 공비가 앞산에 출몰하여 공포에 떨었는데도 어른이 되어서까지 악몽을 꾸었는데도,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공산당을 체험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을 하였다.
 “참으로 대단한 여자구나. 스무 살 갓 넘은 처녀가 용감도 하구나. 최선을 다해 살았구나. 생존(生存)이 최고의 미덕(美德)임을 보여 주는나.”
 이런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해방 후 사범대학은 졸업하고 장차 교육계에 종사하려는 학생에게 공산당이 집중적으로 침투하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사범대학은 붉은 물을 뿌리는 공산당과, 이를 막으려는 우익, 그 중에도 기독교 학생 사이에서 치열한 싸움이 있었다.
 이상희 는 좌익이 미워하는 기독학생이었다. 그런데 그가 6.25 때 서울에 남아 있다가 그 서울에 온 공산당에게 붙잡혔다. 잡은 자는 기세 등등, 잡힌 자는 불안 초조…그런데도 살았다. 이제 서울에서 공산군이 물어나니 우익학생이 좌익학생을 잡아 심판하게 되었다. 잡은 자는 기세 등등에 복수심, 잡힌 자는 불안 초조에 절망감…이때 심사관이 된 잡은 자인 이상희는 잡힌 자를 거의 다 살려 주었다. 잡힌 자에서 살아난 자가 된 학생들은 이상희를 생명의 은인으로 볼 것이다. 그들이 이상희를 은인으로 보았는지 나는 모르나.
 그가 학도의용군으로 이북에 가서 교사를 한 일, 나는 처음 알았다. 용감하구나.
 또한 피난 중에 충청남도 공주에서 주둔하고 있는 헌병대장을 찾아가서 구원을 청한 일, 여자로서 참 대담하구나.
 서울에 입성한 어느 헌병이 이상희 처녀에게 “나를 위로해 달라”고 할 때, 이 부분을 읽는 나는 조마조마하였는데, “나는 죽을 수는 있으나 그리 못한다”고 한 일, 헌병이 반성을 한 일…. 아, 그래서 두 사람이 다 떳떳하였으니 이상희 처녀의 말은 두 사람의 장래 역사를 바꾸었구나.
 이 선배는 이러저러한 60년 전 사연 사연을 다 기억하고 있다니, 그 총명은 감탄이로구나.
 이 수기는 논픽션이지만 장편소설 못지않고, 단편소설로 쓴다면 수십 개 에피소드가 있다. 앞으로 국내든 국외든 독자가 이를 주목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그리하겠는데….
 이상희 선배는 딸을 잘 두었다.
 유호수(劉浩守), 그 딸이 아니었으면 이 글이 나왔을까? 어머니의 기억력을 다 기록하여 좋은 문장으로 만드는 솜씨, 놀랍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로다. 그래서 나는 이 모녀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이 책 서문에도 있고 마지막에도 있는 대목, 곧, 이십대 초반의 한 여대생이 겪은 인생 역정(人生歷程)을 감사와 하나님의 뜻으로 귀결을 지은 것이 좋다.
 평생을 살아도 이 글에 쓰인 사건을 다 경험하는 사람이 적은데, 그 험난한 고비 고비를 하나님과 결부를 지은 것은 신앙인이 아니면 그리 할 수 없다고 본다. 과연 신앙인답다.
 하나님이 이상희 처녀와 동행을 하여 그 세파(世波)를 이긴 것 같다고 나는 신자로서 후배로서 말하고자 한다. 좋은 책을 낸 이상희 선배님이 건강하고, 딸 노릇과 작가 노릇을 잘한 유호수 여사의 건필(健筆)을 빈다.
 아울러 나는 이런 마음을 담아서 여러분에게 읽어 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2011년 6월 1일
최래옥(崔來沃-국어60)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길음성결교회 장로)


※ 이 책의 내용 중 ‘학도의용군’에 관한 부분은 김영의(社49) 동문의 수필집 중 ‘잊지못할 젊은 날의 증언’과 연관되어 있다.


◎ 피난보따리 속의 뾰족구두 - 유호수 지음
  2011년 6월 30일 쿰란출판사 발행
(※ 이 책은 이상희 동문의 회고를 따님인 유호수 필자가 받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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