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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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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지난달 말 일본으로 겨울휴가를 다녀왔다. 4박5일 동

안 눈 쌓인 홋카이도 일대를 돌아다녔다. 삿포로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부근에 대형서점 ''''기노쿠니야''''가 있

기에 시간도 때울 겸 들어갔다. 문고판 코너는 그 즈음 

일본의 독서 경향을 가장 잘 알게 해주는 곳이다. 역시 

노인대국이었다. 고령화 사회에 관한 책들이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진열돼 있었다.
 
   종류도 가지가지. 『계로록(戒老錄)』 등으로 국내에

도 잘 알려진 여성 소설가 소노 아야코(80)의 『노년의 

자생력』, 철학자 쓰루미 슌스케(89)의 『노인으로 사는 
법』, 평론가 와타나베 쇼이치(81)의 『지적(知的) 여생

을 보내는 방법』, 여성 공학자 미나미 가즈코(81)의 

『노인으로서의 일상생활 준비』 등 몇 권을 구입했다. 

모두 80대 남녀 고령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년

배 노인, 또는 ''''예비 노인''''을 위해 쓴 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휴가를 다녀온 얼마 뒤 설 연휴를 맞이했다. 고향으로 

부모님을 찾아뵌 날 약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나를 비

롯한 자식들은 이제 92세 되신 몸 불편한 아버지의 수발

을 더 이상 어머니 혼자 들면 안 된다, 그러다 어머니가 

먼저 쓰러지신다, 제발 간병인을 쓰자는 쪽이었다. 어머

니는 ''''아버지가 남의 수발 받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

다''''고 고집하셨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집이 나 말

고도 많을 터. 그러나 끝내 결론에 이르진 못했다.

 다른 집안 어른 댁을 찾아뵈었더니 이번엔 ''''원적외선 

이불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께서 사기꾼이

나 다름없는 떠돌이 장사치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 건

강에 특효라는 128만원짜리 이불을 두 개나 구입하셨다

는 것이다. 각종 건강식품, 유사 의료기구를 파는 장사치

들이 외롭고 허전한 노인들을 어르고 꾀는 수완이 보통 

아니라고 했다. ''''어머님 어머님'''' 하며 극진히 대접하다

가 막상 물건 사기를 주저하면 ''''어머님은 아들도 없으신

가 보죠?''''라고 슬쩍 자존심을 건드린다고 한다.

 역시 노인이 되는 데도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도 

먼저 노인이 된 남녀 지식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좋은 책을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는데, 일본에 비해서는 

태부족인 것 같다. 노인 복지에 관한 담론도 요즘엔 개인

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에 방점이 찍히는 편이고, 그나

마 개인적 책임도 연금·저축 등 물질적 측면에 머무는 

느낌이다. 노인으로서의 정신적·심리적 준비에 대해 지

금보다 훨씬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소

노 아야코의 『노년의 자생력』(원제는 『노년의 재각

(才覺)』)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주장의 핵심은 

*노인생활의 기본은 자립과 자율이라는 것이다.

*노인은 자격도 권리도 아니다. 남의 도움을 당연시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움직인다고 생각하라.

*부부·자식 간에도 서로 폐 끼치지 말고, 욕구를 절충하

는 법을 배워라.

그나마 갖고 있는 돈을 굴려 이익 남길 생각은 아예 하

지 마라.
 
*성악설(性惡說)에 의거해 살아라. 그래야 사람의 좋은 

면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늙음·질병·죽음과 점차 익숙해지고 친해져라.

*노인이 되면 이기심이 늘고 인내가 부족해진다. 

남을 더 배려하고, 더 참는 습관을 들여라.

*섹스가 불가능하더라도 이성 친구를 많이 사귀어라. 건

전한 색기(色氣)를 즐겨라.
 

 

 특히 곧 고령자층에 편입될 712만 명 베이비붐 세대

(1955~63년 출생)에 노인이 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권하고 싶다. 핵심은 자립·자율이다. 젊은 층에 폐 끼치

지 말자고 지금부터 각오해야 한다. 다소 분위기가 서늘

하지만 예전부터 좋아하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D H 로런스의 ''''자기연민(Self Pity)''''이다. 

 나는 자신을 동정하는

 야생동물을 보지 못했다.
 
  얼어죽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작은 새조차도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